
패션디자인 전공?
솔직히 말해, 그건 내 흑역사 박물관 한 켠에 쳐박아둔 줄 알았다.
“다시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 생각이 너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시기였다.
근데, 옛 포트폴리오 파일을 우연히 열었다. 당시의 나는 허술했지만, 최소한 예열은 되어 있는 인간이었다.
한 장, 두 장 넘기는데… 솔직히 말하면 약간 열 받았다.
“아, 이거 다시 하면 나 꽤 잘할 수 있겠는데?”
그 순간의 짜증 섞인 설렘. 그게 나를 움직였다.
다시 나를 일으킨 루틴들 (거창함 없음)
나는 큰 결심 같은 거 못 한다. 그래서 아주 소소하게 하루 1시간.
딱 그 정도만 패션 쪽에 썼다.
패션 매거진, Pinterest 스크랩.
요즘 사람들이 어떤 색과 핏을 ‘돈 주고 사고 있는지’ 관찰했다.
그리고 주 2회는 Illustrator 또는 Clo3D 켰다.
잘 안 되는 날? 그냥 기록이라도 했다.
“오늘 라인 잡는 감각, 완전 죽어있음. 근데 방향은 다시 보임.”
이런 식으로.
완벽하게 해내는 날보다, 포기 안 한 날이 더 중요했다.
이게 쌓이니까, 슬슬 ‘나 다시 돌아오는 중’이라는 낯선 확신이 생겼다.
감각 리셋이라는 말, 사실 꽤 중요하다
다시 패션판으로 돌아가려면
내 취향, 감각, 시장 이해도… 전부 업데이트해야 했다.
거리 사람들 옷차림 관찰하는 버릇을 다시 꺼냈다.
브랜드 룩북 보며, “아 이거 돈 냄새 나는 스타일이다” 필터링했다.
과거 포폴 중 살릴 만한 것들을 꺼내서 지금 기준으로 리모델링.
솔직히 그 과정에서 인정했다.
“나 아직 완전히 끝난 인간 아니네.”
연결. 그 불편한 단어.
혼자 하면, 한계 분명히 온다.
그래서 나도 SNS에 슬쩍 던졌다.
“다시 시작합니다.”
별거 아닌 글에 DM 오고, 예전 동료에게 연락 오고…
이게 왜 중요하냐면,
사람 눈에 내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하면, 내가 슬슬 긴장한다.
그 긴장이 돌아오기 시작하면,
사람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다시 한다.
이게 연결의 힘이다.
멋있어서가 아니라, 도망 못 가게 만드는 장치라서.
현실적으로 말할게.
사람들이 무기력해서 못 하는 게 아니다.
판단 받을까 봐, 안 하는 거다.
패션 다시 하겠다면서
작업 발설도 못 하고
SNS에 한 장도 못 올리고
“아직 완성도 부족해서요…”만 반복한다면?
그건 능력 부족이 아니라,
비난 공포 + 자기 이미지 관리 중독이다.
잔인하게 말해볼까.
패션은 ‘보여줘야 살아남는 업’이다.
숨 쉬듯 보여주고, 기록하고, 팔아야 한다.
이걸 못 하겠으면, 그냥 취미로 두는 게 낫다.
(진짜로. 그게 더 평온하다.)
나를 바꾼 건 감동적인 다짐이 아니었다
드라마틱한 계기?
그거 기다리다 인생 끝난다.
나를 살린 건
딱 세 가지다.
- 1시간 투자
- 기록
- 세상에 티 내기
이걸 쌓은 사람과
이걸 내일로 미룬 사람의 차이가
3개월 뒤, 진짜 현실이 된다.
결론?
나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근데, 다시 패션 이야기할 수 있는 인간이 되었다.
속도? 느리다.
근데 방향? 안 헷갈린다.
지금 이 정도면, 다시 시작하는 데 충분하다.
“복귀하는 사람의 체면” 같은 거 버리면 더 빨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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