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이 없어 예쁜 것만 조합하게 될 때, 그래서 내 브랜드에 내가 없을 때

스와치 소싱을 열나게 할 때.

요즘은 예쁜 게 너무 많다.
예쁜 옷, 예쁜 UI, 예쁜 공간, 예쁜 사람들.
그것도 ‘그냥’ 예쁜게 아닌 ‘감도 높은’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디테일하게 예쁜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냥 말 그대로 눈을 어디로 돌려도 감각적인 이미지가 쏟아집니다.

그래서 나도 과제를 할 때 “내 눈에 예뻐 보이는 걸”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완성된 결과물은 ‘나의 것’ 같지가 않았다.
내 감각은 그리 쓰레기는 아닌데. 왜 “나의 색”이 보이지는 않는거지?
그럴 때마다 항상, 늘, 스스로에게 묻게 되고, 물어왔다.

“나는 대체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일까?”
“나는 뭘 좋아하지? 어떤 느낌들을 좋아하지?”
“왜 내가 만든 브랜드인데, ‘내’가 안 보일까?”


취향이 없다는 건,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는 뜻

‘취향이 없다’는 말은 사실, 선택을 미루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남들이 예쁘다고 하는 걸 고르면 적어도 겉돌진 않을 수 있으니까.
실패하지 않을 것 같고, 검증된 방식 같으니까.

하지만 진짜 취향은,
남들 눈예쁠 것 같은 것’을 버리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건 훈련이다.
매번 선택하고, 후회하고, 다시 선택하고 또 후회하며 날카롭게 벼려진 ‘나만의 기준’.

즉, 취향의 부재는 결핍이 아니라 과정의 일부일 수 밖에 없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예쁜 조합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다운 조합은 오직 나만.

에르메스를 보면 이건 누가봐도 에르메스.
샤넬을 보면 이건 누가봐도 샤넬.
디올을 보면 이건 누가봐도 디올.

헤리티지가 깊은 브랜드들을 보면 스윽- 봐도 “어? 이거 그 브랜드 느낌인데?”라는 생각이 든다.
디자이너라면, 누가봐도 “이건 그 디자이너꺼네”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아이덴티티를 가지는게 꿈이 아닐까?

예쁜 건 누가봐도, 언제나 눈길이 간다.
그런데 ‘예쁜 것의 조합’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나다운 조합’은 나만이 할 수 있다.

같은 미니멀 디자인이라도
누군가는 따스한 아이보리를,
누군가는 차가운 메탈을 고른다.

그 미묘한 차이가 바로 ‘결(結)’이지 않을까.
그 결이 쌓이고 깎이고, 압축된 집합체가 브랜드가 된다.

결국 브랜딩이란,
‘나’라는 사람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남의 언어를 베끼면 세계가 흐려지고,
나의 시선으로 해석할 때 선명해질 수 밖에 없는 것.

카페의 한 부분을 담은 사진

릭 오웬스: “그냥 닥치고 일해, 그리고 만들어.”

몇년 전 본 릭 오웬스의 인터뷰는 아직도 내 머리에서 자꾸 재생된다.
그는 굉장히 심플하게, 당연한 진리를 말하듯했다.

“You have to shut up and work, and work, and work all the time, and produce, and produce, and produce.
The more you produce, your character or your talent will emerge.
As long as you have enough work, you’ll be able to edit something that becomes who you are.”
– Rick Owens

‘정체성은 생각으로가 아니라, 결과물의 더미 속에서 드러난다’고.

우리가 하는 일, 글, 시도, 실패, 그 모든 생산의 흔적들이
결국은 ‘편집(edit)’ 가능한 나의 초안이 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발견하기 싫어도 발견할 수 밖에 없다.
‘아, 이건 진짜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구나.’

즉, 취향은 찾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끊임없이 만들고, 만들어보고, 실패하면서
비로소 ‘이건 내 거다’라는 감각이 생겨나는 거지.


내 브랜드에 ‘나’를 다시 불러들이는 방법

이제는 예쁜 걸 쫓기보다,
‘내가 실제로 만들고 있는 것들’을 바라볼 때.

단계질문실행 포인트
1단계나는 어떤 순간에 ‘예쁘다’고 느끼는가?감정의 출발점을 기록하기
2단계그 예쁨은 어떤 분위기, 색, 질감과 닿아있는가?무드보드로 시각적 언어 만들기
3단계이 감정이 내 브랜드의 메시지와 닿아있는가?핵심 가치에 연결시키기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예쁜 요소들이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정체성의 표현’으로 변한다.

결국 브랜드란,
‘내가 꾸준히 만들어낸 결과물의 편집본’이다.
그게 곧 나의 결, 나의 취향, 나의 브랜드.


“결국, 계속 찾고, 만들고, 부수어보아야 내가 보인다.”

내가 느끼는 이 혼란은 결국엔 성장의 증거이지 않을까.
취향이 없다고 느낄 때, 그래서 좌절하고 재능이 없다고 느껴질 때,
그건 ‘아직 덜 만들어서’일 뿐이라고 위로해보아도 될 것 같다.

예쁜 걸 조합하는 대신, 모으고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부족하더라도, 엉성하더라도,
그 결과물의 더미 속에서 결국 ‘나’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브랜드는 결국, 내가 만든 것들의 총합이다.
예쁜 걸 흉내 내는 대신,
‘나의 반복’을 쌓아가길.
그게 진짜 나다운 브랜드의 시작이다.

이런 조명과 빛이 만들어내는 무언가가 좋다. 그래서 담아본 사진.

당신의 브랜드에는 어떤 ‘나’가 담겨 있나요?

  • 나는 어떤 순간에 가장 몰입하는가?
  • 내가 만든 것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결과물은 무엇인가?
  • ‘다시 만들라면 또 만들겠다’ 싶은 건 어떤 작업인가?

그 답들이 곧, 당신의 정체성입니다.


참고한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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